일본에서 등산을 시작하고 대기업에 이직한 이야기
때는 2021년, 코로나로 답답한 마음에 방구석을 탈출하고자 등산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도쿄 근교의 산들을 다니다가 나가노현에 있는 산까지 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회사 동료도 혼자 등산을 다닌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먼저 꼬셔서 둘이서 나가노현 북알프스에 가게 되었고 1박 2일 동안 산장에서 자고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습니다.
산장 근처에서 멋진 배경을 발견해 회사 동료와 서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옆에서 6~7명 정도 되는 그룹도 사진을 찍고 있더군요. 가볍게 인사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하산했는데, 그 그룹 중 한 분이 인스타그램 태그를 타고 들어왔는지 먼저 팔로우 신청이 왔습니다.
그 후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같이 등산을 시작하게 되었고, 점점 친해졌습니다. 이 등산모임에는 20대~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특히 재미있는 멤버 두 명이 있었습니다.
두 분 다 나이는 40대이고, 오사카 출신이어서 같이 있으면 배가 아플 정도로 웃겨서, 등산하는 괴로움이 상쇄될 정도로 웃으면서 올라간 기억이 많습니다. 이중 한분에게(하세가와상) 도움을 받는 계기가 생깁니다.
가끔은 등산 멤버들과 함께 도쿄에서 식사도하고, 후지산이 보이는 후지큐 하이랜드에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오사카 출신인 하세가와상은 개인 사업자로, 공유 오피스에서 일을 하는데 그곳에서 친해진 사람 T상을 데리고 왔었습니다.
휴식 시간에 커피를 마시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마침 여자친구가 취직준비 중이어서 T상이 현재 제가 이직한 회사 출신 사람 몇 명을 알고 있으니 소개시켜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여자친구는 일본에서 공무원을 준비하다가, IT 회사에서 자유롭게 일하는 저를 보고 자극을 받아 방향을 틀게 되었습니다. T상의 소개로 여러 정보를 수집하여 서류심사 → 1차면접 → 2차 면접을 통해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입사하고 반년 정도 지나서, 여자친구에게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도 욕심이 생겼습니다. 현재 회사의 분위기와 사람들이 좋아도, 회사 규모가 작아 급여를 올리기에는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5년 가까이 다니다 보니 사람도 많이 바뀌고 솔직히 좀 질리기도 했습니다. 다른 세상을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이상, 불리한 상황이 생겼을 때는 큰 회사 소속되어있는것이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하여, 저도 여자친구가 입사한 회사에 이력서를 넣게 되었고 서류심사와 면접을 통해 이직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대기업에 이직하고 느낀점
첫 이직 활동이었기 때문에, 전 직장에서 그만두겠다고 통보하기 전의 두려움과 내가 정말 이직에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공존했습니다.
작은 회사였지만 여러 프로젝트를 폭넓게 경험해왔던 것이 평가 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력서에서 이미 결정이 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정말 사람 일이라는 게 참 모르는 것 같습니다. 우연히 등산을 시작해서 우연히 사람을 알게 되고, 또 우연히 소개를 받아 회사에 이직까지 하다니, 돌이켜봐도 저는 운이 좋았던 사람 같습니다.
물론 최종적으로 행동한 건 나 자신이기 때문에 행동력 하나는 칭찬합니다.
이직하고 1년이지나서 느낀 점은, 대기업도 별거 없다는 것입니다. 이 안에서도 소수의 천재들이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래도 여러 사람과 만날 기회가 많아져서 항상 자극이 끊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자유로워지고 싶네요 (파이어!)
회사에서 짤리더라도 곤란하지 않을 정도로 기반을 만드는 것이 다음 목표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저의 이야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