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백패킹 입문 – UL 백패킹으로 시작해보자
UL 백패킹을 시작하게된 계기
일본에서 등산을 시작하고나서 1박 2일로 계획을 잡으려보니 백패킹에 대한 연구가 필요해졌습니다. 산 위에서 자본 경험이라곤 설악산 대피소가 유일. 그리고 고등학생때 친구들과 함께 4인용 텐트를 자전거에 분배해서 여행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꽤 무거웠던 기억이 커서, 가방 하나에 모든장비를 넣는다는건 군대 행군과 같은 이미지였습니다.
한국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일본의 산은 해발 2,000m가 넘는 산이 많습니다. 그래서 평지와 온도차이가 상당히 크기때문에 장비의 선택도 정말 중요하게 됩니다.
도쿄도에서 제일 높은산인 쿠모토리산(雲取山)만 해도 해발 2,017m로, 한국에서 제일 높은 산인 한라산(해발 1,947m)보다 높습니다. 그래서 위험성이 높은 등산보다는 캠핑으로 시작해보자는 마음으로 도쿄 근교에 전철로 이동할수 있는 캠핑장을 다녀왔습니다.
일단 가방에 물건이 다 들어가면 그걸로 끝난줄 알았지만 큰 오산이었다.
・ 가방이 무거우면, 아무리 좋은 경치가 보여도 눈에 안들어온다.
・ 이동중에 소모된 체력으로 인해 예정해놓았던 하루의 루틴이 망가져버린다.
・ 여유를 즐기기 보다는 자고 싶어진다.
캠핑의 꽃 하면 모닥불, 또 모닥불 하면 불 위에 구워먹는 고기.. 그리고 의자에 앉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술 한 잔 마시는 상상만하면.. 꼬리에 꼬리를 물듯이 가지고 가고 싶은 물건이 확 늘어나버립니다. 거기다 가방메고 더 필요한건 손으로 들고 가면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한 순간. 안타깝게도 개고생 100% 확정입니다.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무게를 줄일 방법을 찾기 시작했을 무렵, UL 하이킹에 관심을 끌게되었습니다. UltraLight Hiking의 줄임말로, 한국에서는 BPL(BackPacking Light)로도 불리는거 같습니다.
UL 하이킹이란?
울트라라이트 하이킹(Ultralight Hiking) 또는 울트라라이트 백패킹(Ultralight Backpacking)이라고 불리는 하이킹의 새로운 무브먼트가 있습니다. 그 배경을 아는 범위에서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미국에는 수많은 트레일(자연 산책로, 등산로) 코스가 있는데, 그 중에는 몇백 킬로에서 몇천 킬로까지 장대한 트레일이 있습니다. 그런 긴 트레일을 봄부터 가을의 한 시즌 동안 돌파해 버리는 것을 스루 하이크(Thru-Hike) 라고 하며, 돌파하는 사람을 스루 하이커(Thru-Hiker)라고 부릅니다.
울트라 라이트 하이킹은 이러한 롱 트레일을 걷는 스루 하이커에 의해 길러져 온 하이킹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몇천 킬로미터의 긴 종주가 되면 기간은 4~5개월 정도 됩니다. 많은 등산객들이 방문하는 유명한 존 뮤어 트레일(John Muir Trail) 조차도 전체 코스는 340km이며, 한 달에 걸쳐 걷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러한 긴 여정을 걷기에는 몸에 부담이 적은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또한 기간이 길어지면 날씨와 컨디션의 영향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다양한 작업도 심플하면 부담도 줄어듭니다.
마지막에서 의지가 되는 것은 장비가 아니라 자신의 체력입니다. 그러기 위해 조금이라도 체력을 여유 있게 걷기 위해 스루 하이커는 「장비의 철저한 경량화」라고 하는 방법을 취한 것입니다.
물, 식량, 연료 등의 소비물을 생략한 백팩의 총 중량 4.5kg 이하.
스루 하이커들의 시행착오에 의해 정착된 울트라 라이트 하이킹의 장비 중량의 기준입니다. 여기까지 경량화를 계측하면 하이킹이 극적으로 자유롭고, 쾌적하게, 안전하게 된다는 목표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Hiker’s Depot – U.L.ハイキングとは 2009/08/18 기사 인용>
UL 하이커를 위한 브랜드가 있었다
UL에 입문하고자 조사해본 결과, 미국 브랜드가 주력인 상품이 많이 있었습니다. Hyperlite Mountain Gear / Zpacks / Gossamer Gear / Six Moon Designs 등 이쪽 세계에 입문하고나니 의외로 많은 브랜드가 있어서 기뻤습니다. 만, 직구를 해야되는 상황이라 환율이나 관세를 생각하면 문득 구입하기는 힘들어지더군요.
그래서 일본에서 찾아본 결과, 야마토미치(山と道) 라는 브랜드를 가장먼저 알게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등산중에 봤던 동그란 로고가 기억에 남았는데, UL에 대해 알고나서 다시 보니 신선한 기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등산계의 애플(?)같은 느낌을 받고있습니다.
보통 기능성이 좋은 등산복을 비싼돈 내며 구입해도 야외활동이외에는 옷장속에 넣어두기 마련입니다만, 야마토미치는 등산 뿐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입을수 있도록 디자인이 심플하면서 기능성까지 갖추고 있다보니, 1석 2조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리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일상복으로 입어도 멋진 디자인이라 생각합니다.
일상과 아웃도어를 넘나드는 대표적인 브랜드라면 파타고니아가 있지만, UL이 메인이 아니기때문에 야마토미치라는 브랜드에 더 애착이 가게 되는거 같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일본에서는 아웃도어붐이 일어나면서 젊은 등산객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때문인지 야마토미치 사용자가 꽤 많이 보였습니다. (본인도 그중 한명) 지인들에게 들어보니 한국도 아웃도어붐이 상당한거 같더군요.
UL 백패킹의 매력
처음부터 UL 하이킹을 준비하는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줄이기에 가장 쉬운 방법은, 1인 2역이 될만한 도구를 찾아보는게 좋은방법 같습니다.
예를들면 헤드랜턴 하나로 이동중이나 텐트에서 사용한다던가, 날씨 상황에 맞게 바람막이가 되거나 레인자켓이 되는 자켓을 준비하는 등. 처음부터 완벽하게 시작하기엔 힘들겠지만, 시선을 조금 바꿔서 시작을 해보면 어떨까요?
사람마다 체력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성격도 다르기 때문에 UL에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의 경험과 상황에 맞게 경량화하는게 UL 백패킹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가벼우면 자유로워집니다.
멋진 풍경을 찍을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마주친 사람과 가볍게 인사하며 인연도 생기고,
그날의 상황에따라 코스도 정할 수 있는 판단력도 생깁니다.
몸이 무거우면 체력적인 문제로 예정해놓았던 코스에 제한이 생기고 이동중에 다칠 위험이 생깁니다. 모처럼 소중한 시간과 돈을 내서 시작한 백패킹이 트라우마로 남아버리면 안되니까요.